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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이 남긴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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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1회 작성일 26-02-2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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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은서 ]



어린 나이에 시작된 변화


초등학교 4학년, 또래 친구들이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이에 당신의 몸은 변했다. 다른 친구들은 편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며 "나만 유독 빨랐나?"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를 의학적으로 '조기 초경(early menarche)'이라 부른다. 최근 우리나라 여아의 평균 초경 연령은 약 12.6세로 보고되고 있으며(Seo, Kim, Juul, et al., 2020), 특히 여러 선행연구들에서는 11세 이전에 월경이 시작되는 경우를 조기 초경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에서 조기 초경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970년 14.2세였던 평균 초경 연령이 2010년 12.7세로 단축되었고, 2007년에 조기 초경을 경험한 청소년의 비율은 26.0%에서 2017년 32.2%로 증가했다. 이제 대부분의 중학교 여학생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조기 초경을 경험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신이 겪었던 그 이른 생리가 성인이 되어서도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뇌 과학이 밝히는 조기 초경의 장기적 영향


미국의 코넬 대학교에서 연구진들이 발표한 논문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연구팀은 8000명의 소녀들을 사춘기부터 20대 후반까지 14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초경을 빨리 경험할수록 우울증을 겪거나 반사회적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았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이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이가 들수록 반사회적 행동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발달 패턴인데, 조기 초경을 경험한 여성들은 이와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스물다섯 먹은 성인들의 경우에도 초경이 빨랐던 경우, 나이를 먹고서도 도벽을 버리지 못하는 케이스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뇌의 구조적 변화


영국 리버풀대학교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더 최근 연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신경생물학적으로 설명했다. 연구팀은 9~12세 청소년 여성 441명과 36~60세 성인 여성 130명을 대상으로 뇌 영상 분석을 수행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조기 생리(11~12세)는 기억력, 주의력, 상상력, 시각 등과 관련된 뇌 영역의 불안정성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정신병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체 성숙이 빠르면 정신적 성숙이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뇌 발달이 불안정해진다는 뜻이다. 리버풀대 연구팀의 제1저자 랄루카 페트리칸 박사는 "조기 초경과 조기 폐경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스트레스 민감도를 높이고, 청소년기와 중년기에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현실: 스트레스와 우울감


연구실의 데이터가 아닌, 한국의 실제 청소년 현황은 어떨까? 권미영·백형원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느낀다"는 비율이 조기초경 집단에서는 15.3%인 반면, 정상초경 집단에서는 10.2%였다. 조기 초경을 경험한 여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훨씬 더 심하게 지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것은 우울감이었다. 조기초경 대상자의 평소 슬픔·절망감 경험률은 36.0%로, 정상초경보다 우울감이 현저히 높았다. 약 3명 중 1명이 만성적인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신체 이미지와 자존감의 문제


조기 초경을 경험한 청소년 여학생들은 자신의 체형에 대해서도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향이 있다. 정은주·정복미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주관적 체형 인식에서 "비만인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조기 초경 집단에서 42.9%, 정상초경 집단에서 31.3%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체형 불만족에 그치지 않는다. 여중생들의 초경 경험을 다룬 이숙희 석사 논문에 따르면 초경 시 느낀 감정으로 "당황하였다"(42.8%), "느낌이 없었다"(32.1%), "울고싶었다"(6.7%)라는 답변이 나왔다. 특히 조기 초경을 경험한 아이들의 경우 또래 친구들과의 심리적 이질감이 극심해진다.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게 되고, 이것이 자아상 형성에 악영향을 미쳐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PMDD의 위협


월경전증후군보다 더 심각한 증상이 있다. 바로 ‘월경전불쾌장애(PMDD, 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이다. 월경전증후군(PMS)은 많은 여성이 경험하는 현상이지만, PMDD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정신건강 장애다. PMS는 생리 전 2~6일 전부터 나타나 생리가 시작되면 사라지는 경향이 있지만, PMDD는 생리 시작 후 3일째까지도 지속된다. PMDD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극심하다. PMS와 달리 PMDD는 불안, 걱정, 우울감, 화, 초초감 등과 같은 기분 변화가 훨씬 더 극심해 회사 생활과 가정 생활에 큰 지장을 겪는다. 조기 초경을 경험한 여성들은 PMDD의 위험에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겪었던 신체 변화의 심리사회적 영향


연구가 보여주는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신체의 조기 성숙이 정신적 성숙과 맞지 않을 때의 심리적 피해이다. 한국 여자 청소년의 조기초경이 성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에 따르면, 조기초경을 경험한 청소년의 성경험 발생률이 정상초경 청소년보다 3.98배 높았다. 이는 단순히 신체 발달 문제가 아니라, 신체 성숙에 정신 성숙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조기 생리로 힘들어했던 이들에게


혹시 당신도 초등학교 때 또래보다 일찍 초경을 경험했던가? 그리고 그것이 부끄러움의 대상이었는가? 학교 체육복, 수학여행, 1박 2일 수련회에서 묻은 피를 닦아내며 "왜 나만 이럴까"라고 생각했던가? 당신이 느꼈던 그 수치심과 불안감은 당신의 탓이 아니었다. 신체 발달의 속도는 개인적 노력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심리적 충격도 당신이 "약해서" 또는 "예민해서"라고 탓할 일이 아니다.

 

조기 초경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PMDD가 의심되면 산부인과뿐 아니라 정신과 진료를 받아볼 가치가 있다. 호르몬 치료, 인지행동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고, 많은 여성들이 이를 통해 삶의 질을 크게 개선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 청소년 세 명 중 한 명이 조기 초경을 경험한다. 수백만의 여성들이 당신과 같은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의 고통과 혼란을 알고 있다. 당신의 감정은 약함이 아니라 정상적인 신체·심리적 반응이었을 뿐이다.

 

혹시 지금도 월경 주기마다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린다면, 그것은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조기 호르몬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은 당신의 권리이자 의무다.

 

당신의 초경이 남긴 자국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 경험을 통해 당신은 더 많은 것을 견뎌냈고, 더 강해졌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 그 경험을 치유하고, 현재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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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김영섭, "“초경 빨라지면 정신병, 폐경 빨라지면 우울증 위험?"", 코메디닷컴, 2025.01.09., https://kormedi.com/1782678/

2) 이용재, "이른 초경, 성인기 정신 문제와 연관 (연구)", 코메디닷컴, 2018.03.12., https://kormedi.com/1226439/

3) 박효순, "女청소년, 생리 일찍 시작하면...술·담배 더 많이 한다고?", 코메디닷컴, 2024.03.12., https://kormedi.com/1671064/

4) 박하연. 은선민. 박유경. 이강이. (2022). 「학령기 여아의 성숙시기가 내재화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 신체적 자아상과 어머니 일상적 스트레스의 매개효과」. 육아정책연구(제16권 제2호). 

5) 정은주. 정복미. (2020). 「한국 여자 청소년의 초경 시기에 따른 신체 및 행동요인분석: 2013~2017 국민건강영양조사」.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제31권 3호). 

6) 권미영. 백형원. (2018). 「여자 청소년의 초경시기에 따른 흡연 및 음주행위」. 한국학교・지역보건교육학회지(제 19권 1호). 

7) 이숙희. (2009). 「여중생의 초경과 정서·행동 특성의 관계」. 조선대학교. 

8) "그날마다 ‘짜증 폭발’, 월경전불쾌장애", 광양사랑병원, http://www.gysarang.com/Module/News/Lecture.asp?MODE=V&SRNO=4204

9) 이재영. (2017). 「한국 여자 청소년의 조기초경이 성경험에 미치는 영향」. Child Health Nurs Res, Vol.23, No.2.

10) "한 달에 한 번, 짜증대폭발! 월경전증후군(PMS)과 월경전 불쾌감장애(PMDD)", 2022.02.16., 수원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복지센터, http://www.suwonmental.org/SBoard/sboard.asp?pagenum=&boardid=memtal&mode=view&keyfield=&page=&seq=101&num=&order_c=&order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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