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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비겁한 변명과 ‘선택’하는 주체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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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2회 작성일 26-03-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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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승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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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not what happened to me, I am what I choose to become” 

“나는 나에게 일어난 사건의 산물이 아니라, 내가 되기로 선택한 결과이다.” - 칼 융

 

 

우리는 삶이 곤궁해질 때면 종종 “가난한 환경 때문에”, “초등학교 때 왕따 때문에”, 혹은 “불화가 심한 부모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닙니다. 현재의 불행이나 무기력의 원인을 내가 통제할 수 없었던 과거의 어느 사건(happened to me)으로 돌리면 마음 한켠에 숨기 좋은 공간이 하나 생깁니다. 하지만 카를 융은 이러한 태도의 이면에는 숨겨진 비겁함이 있으며, 그것을 직면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그런 비겁함은 결국 ‘사건’의 퇴적물로 살기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불가항력적인 ‘우연’으로 치부합니다. 인생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는 조각배처럼 묘사하며, 현재의 내 모습은 그 파도들이 남긴 상흔의 집합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융의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진실이라기보다 ‘책임으로부터의 도피’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겪는 많은 사건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맞습니다. 하지만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 의미를 나의 내면세계에 어떻게 배치하며, 그 결과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연속된 선택’들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구성합니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 뒤에 숨는 진짜 이유는, 자신의 삶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임을 인정하는 순간, 내 불행의 책임 또한 나에게 귀속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주체적인 인간으로 사는 고통 대신, ‘불운의 피해자’라는 안락한 감옥을 선택합니다.

 

이런 과정은 대체로 의식의 영역에 떠올려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의식의 차원에서 해결합니다. 그래서 지난주 편지에서 이것을 ‘운명’이라 부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가 불가항력적인 우연이라고 믿었던 많은 상황들은, 사실 우리가 직면하기 거부했던 무의식적 경향성이 선택한 결과물일 때가 많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이 모여 현재의 삶이라는 결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며, 그 단어는 주체성을 포기한 자들이 사용하는 가장 고상한 핑계일 뿐입니다. 


융은 인간이 이러한 무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Self)을 온전히 실현하는 ‘개성화(Individuation)’의 길로 나아가길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시작은 바로 “과거의 사건이 나를 규정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는 결단에 있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과거를 재료로 삼아 ‘무엇이 될 것인가’는 지금 이 순간 나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주체적인 인생이란 단순히 원하는 것을 얻는 삶이 아니라,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결과에 대해 “내가 선택한 항목들의 합”임을 인정하는 엄중한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노력을 지불하지 않는 배움은 가짜이듯, 책임을 지지 않는 자유 또한 허구입니다. 우리가 겪은 비극적 사건이나 통제 불능의 상황들은 역사의 일부일 뿐, 결코 나 자신이 아닙니다. 삶의 진정한 치유는 오직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용기 위에서만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런 용기야말로 자기 삶의 자유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태도입니다. 


이쯤에서 융은 아마도 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신은 과거의 퇴적물입니까,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미래입니까?” 

 

※이 글은 휴맨 남성심리상담센터 뉴스레터(https://human-therapy.stibee.com/) 및 블로그(https://blog.naver.com/human-coun)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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